BIS 연차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 금융 취약성을 비롯하여 지속되고 있는 경제적 과제를 강조합니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장기적인 안정성과 회복력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을 부각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효과적인 정책 조정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1930년대 이래 매년 어김없이 연중반에 중앙은행 총재들의 연례 회의를 개최해 왔습니다. BIS 경영진은 감사를 거친 결산서를 소유주인 중앙은행들에 제출하지만, 핵심은 거시경제 포럼, 즉 “실물” 경제가 어디에 서 있으며 금융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입니다. [1]
BIS 연차보고서가 보다 빈번하게 발표되는 다자 기관의 연구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화폐를 창출하고 그 비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중앙은행뿐이라는 점입니다. 중앙은행 공동체는 이 연차보고서를 집단 지성의 정수로 여깁니다. 사실상 전 세계의 모든 중앙은행 총재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문장을 분석하고 있다면, World Alliance 회원들 역시 그 의미를 탐구해야 마땅합니다.
서론
보고서의 표제는 “지금까지는 순조롭다(So far, so good)”라는 담담한 안도의 표현입니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성장하고 있으며, 팬데믹 경기부양책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충격이 뒤따른 이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서론의 요지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많은 관할권에서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금융 취약성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취약한 재정 상황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부진한 생산성 증가는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미래를 위해 보다 견고한 통화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습니다. BIS는 중앙은행들이 단기적으로 어떤 압력을 견뎌야 하든 먼 지평에 계획의 초점을 유지할 것을 촉구합니다.
압력 지점
전문 예측가들이 그리고 금융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중심 시나리오는 연착륙입니다. 즉, 물가 안정이 대체로 회복되고, 경제 성장이 개선되며, 중앙은행이 완화에 나서고, 금융 시스템은 별다른 긴장 없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긍정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의 환경은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에서 막대하고 끊임없이 늘어나는 부채에 의존한 저인플레이션과 급속한 성장을 특징으로 했습니다. 이는 문제가 많은 유산이었습니다.
우려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플레이션 위험의 핵심에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두 가지 가격, 즉 근원 상품 가격 대비 서비스 가격, 그리고 상품 및 서비스 가격 대비 실질임금 수준의 조정이 아직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희소해진 상품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서비스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중단되었습니다.
- 팬데믹 시기에는 실질임금의 꾸준한 상승 또한 중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지체는 특히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경색과 더딘 생산성 증가를 고려할 때 향후 임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윤 마진이 혜택을 본 만큼, 조정의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 거시금융 측면의 압력 지점은 높은 금리와, 높은 부채 및 과도한 밸류에이션의 형태로 민간 부문 대차대조표에 존재하는 금융 취약성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 2023년 3월의 은행 부문 긴장은 많은 경우 금리 위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금리 상승이 차입자의 채무불이행을 초래하지는 않았지만 자산 가치를 뒤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신용 위험의 영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남은 문제는 그것이 언제, 어떻게 나타나느냐뿐입니다. 저축 완충 여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부채는 차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 상업용 부동산은 꽤 오래전부터 감독당국의 주시 대상이었습니다. 오피스 부문은 팬데믹 이후의 구조적·경기적 요인으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자본이 더 충실합니다. 은행들의 이익 또한 금리 상승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비은행 금융 부문 가운데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부분은 숨겨진 레버리지와 유동성 불일치로 인해 스트레스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의 대상입니다.
- 재정 경로는 중장기적으로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위협은 부채 상환 부담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었던 장기간의 이례적인 저금리 국면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일부 경우에는 재정정책이 여전히 경제에 부양책을 더하면서 통화정책과 상충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재정 건전화 조치가 없다면 부채비율은 상승할 것입니다. 인구 고령화의 부담에 더하여 녹색 전환의 재원 수요와 지정학적 고려 사항까지 겹쳐 있습니다.
- 현재 진행 중인 기술 발전의 물결, 특히 AI는 생산성 증가 양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낮은 생산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의 여력을 축소하며, 보다 일반적으로는 사회의 기대와 이를 충족할 정책 당국의 역량 사이의 격차를 넓힐 것입니다.
정책 과제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과제는 물가 안정으로의 복귀를 완수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금융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는 통화, 건전성, 재정 및 구조 영역 전반에 걸쳐 정책 기조와 정책 체계 모두에 시사점을 갖습니다.
단기 정책 기조
- 2000년 이후 얻은 교훈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흔들림 없이 디스인플레이션 작업을 완수하는 한편, 마침내 되찾은 정책 운용 여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중립” 금리가 2008년 이후 지속된 장기 저금리 수준과 같다는 견해에 근거하여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잘못일 것입니다. 그러한 금리는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 각국 금리 전망의 차이는 환율과 자본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신흥시장국은 외환보유액 완충 장치의 축적과 강화된 정책 체계 덕분에 과거보다 이에 대응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는 외환시장 개입의 신중한 활용에 힘입어 통화정책의 미세 조정에서 더 큰 운용 여지를 제공할 것입니다.
- 건전성 정책의 초점은 회복력입니다. 필연적으로 현실화될 신용 손실에 대비하여 방어 장치를 구축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는 목표를 조기에 완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정책은 금융 사이클 여건에 맞추어 조정되어야 합니다. 미시건전성 측면에서는 엄격한 감독이 위험 추구를 억제하고 적정한 충당금 적립과 현실적인 자산 평가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감독당국은 통화 및 재정 당국과 공조하여 긴장을 관리하는 한편 통화정책이 언제나 그렇듯 안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재정정책은 건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비록 단기적으로는 남아 있는 에너지 및 식품 보조금의 폐지가 물가를 상승시키겠지만, 재정 건전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덜어 줄 것입니다.
장기 정책 체계
통화정책 체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련의 이례적인 시험에 직면해 왔습니다.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의 피해를 제한했고, 팬데믹 이전까지 인플레이션의 큰 등락을 피했으며, 그 이후로는 물가 안정으로 복귀하기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재정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금융 및 거시경제 안정에 대한 위협은 커질 것입니다. 글로벌 분절화의 위험과 기후변화 및 인구 추세의 실질적 비용은 함께 작용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을 덜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특히 IT 발전이 결실을 맺을 경우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주시해야 합니다.
중앙은행들은 2000년 이후 장기전에 관해 무엇을 배웠을까요?
- 강력한 통화 긴축은 인플레이션이 고인플레이션 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강력한 조치는 스트레스 시기에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경제의 붕괴를 막아, 디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원천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 그리고 점차 최종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활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중앙은행들은 또한 이러한 개입이 반복될 경우 위험 추구 유인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도덕적 해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감독의 강화가 더욱 중요합니다.
- 이례적으로 강력하고 장기화된 통화 완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부작용으로는 금융 중개 기능의 약화, 자원 배분의 왜곡 유발, 과도한 위험 추구 조장, 그리고 대차대조표가 팽창함에 따라 중앙은행 자체에 취약성이 누적되는 것 등이 있습니다.
-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공공, 민간 및 중앙은행의 다양한 금융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종합하여 대중에게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앙은행이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의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재정 및 규제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지 않고서는 기대되는 모든 것을 이행할 수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즉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지키면서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물가 안정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는 일을 잘 해내야 합니다.
- 신흥시장국의 경험은 보완적 수단이 통화정책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사이에서 직면하는 단기적 상충관계를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외환시장 개입은 회복력을 강화하는 완충 장치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며, 글로벌 금융 여건과 환율의 변동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저인플레이션 체제에서는 좁게 정의된 목표로부터의 완만한, 설령 지속적이더라도, 이탈에 대해 과거보다 더 큰 관용을 보일 여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서서히 확보되는 추가적인 정책 여력은 인플레이션의 자기균형적 특성을 활용하고, 장기간 매우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줄일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연이은 경기 및 금융 사이클에 걸쳐 정책 운용 여력을 유지하는 정책을 추구해야 합니다. 제로 금리,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정책 기조로부터의 출구 전략은 경제를 안정시키고 대차대조표를 작게, 그리고 가능한 한 위험이 없는 상태로 유지하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2008년 이후 중앙은행들은 과거라면 자신들의 신용 및 유동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해 왔습니다.
때로 대중은 장기적 편익을 위해 단기적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더 큰 공익은 통화 가치의 보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쉽지만 잘못된 일을 하도록 중앙은행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보호 장치는 이들 기관이 제 기능을 하고 대중이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통화정책 체계는 보다 광범위한 정책 구조의 한 요소에 불과합니다.
건전성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바젤 III 체계를 완전하고 시의적절하며 일관된 방식으로 완성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변화하는 금융 환경과, 최근의 것이든 앞으로 불가피하게 닥칠 것이든 금융 스트레스 사례에서 얻은 교훈에 비추어 규제 및 감독 체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건전성 규제당국에 있어 비은행 금융 중개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이니셔티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안정을 지향하는 거시건전성 규제 체계는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World Alliance 회원을 위하여
BIS는 금융 서비스 산업의 리더들이 논의할 풍부한 질문과 목표를 세계에 제시했습니다. 변화하는 우리 산업의 문제에 대한 어떠한 해법도 이를 채택하려는 정치적 의지 없이는 실행될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를 결집해야 합니다. 이는 World Alliance 리더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필요한 정책 조정을 시행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실물 경제”를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공급 잠재력을 되살리려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더 높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데 필요한 생산성 향상은 오직 구조 정책만이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인식하려면, 세계가 너무 오랫동안 의존해 온 부채 주도 성장 모델의 핵심에 깊이 뿌리내린 성장의 환상을 떨쳐 버리기 위한 광범위한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도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결정적이며, World Alliance 회원들이 앞장서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입니다.
[1] https://www.bis.org/publ/arpdf/ar2024e_ov.htm
여기에 게재된 글은 각 저자의 견해이며 반드시 World Alliance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