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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8일

균형을 잃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금융 성장이 부채 발행과 중앙은행의 핵심적 역할에 좌우되는 시대에, 낮은 세율과 중앙은행의 구제금융에 오랫동안 의존해 온 관행에 도전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로벌 법인세율 도입을 위한 OECD의 노력과 그 진척에 대한 커지는 불만은 글로벌 조세 정책의 주도권이 국제연합(UN)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재정정책 개혁의 실패를 지적하면서 논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으며, 이는 금융센터 리더들, 특히 World Alliance 회원들에게 경제 안정과 성장을 이끄는 데 있어 통화정책 수단과 재정정책 수단 간의 균형을 재평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센터 리더들이 회원 및 정부 관계자와의 소통에서, 평소 건드리기 어렵고 정치적 성격이 매우 강한 세율 문제를 다루어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World Alliance 회원 관할권에서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부여받아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주요 기준금리 설정과 단기금융시장 운영을 통한 신용 완화 또는 긴축이 포함됩니다. 대규모 경제권에서는 또한 ‘양적완화’라는 새로 만들어진 용어 아래 중앙은행의 대규모 국채 매입이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시장은 거래 활동을 통해 이러한 기준에 나름의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안정화 패러다임

지난 40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은 정부와 민간 부문의 부채 발행에 의해 견인되었습니다. 이 오피니언에서 중요한 점은, 위기 시에는 초저금리 형태의 구제금융을 기대하며 중앙은행에 시선이 쏠렸다는 것입니다. 균형 잡힌 거시경제적 해법의 일환으로 정부가 조세 측면에서 내놓은 대책은 훨씬 적었습니다.

어느 정부이든 지배적인 시장경제 패러다임, 즉 나아갈 길은 세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었으며, 대부분의 금융센터에서는 세제 또한 매우 복잡하였습니다. 실제로 법인과 개인 모두에 대하여, 각 관할권이 전 세계의 경쟁적인 조세 체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세율 인하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본 손실이 완전히 회복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으로 역사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여 늘어나는 공공부채가 더욱 가중되면서, 거시경제 성과를 이끌기 위해 통화정책 수단과 재정정책 수단을 보다 균형 있게 활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요? 무언가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일까요? World Alliance 회원들은 이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OECD 프로그램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수십 년 동안 회원 관할권의 조세 정책뿐 아니라 글로벌 조세 문제에 대해서도 활동해 왔습니다. 결국 세금은 모든 정부가 징수하여 사회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배분하는 공공재입니다. 이 재원은 국가의 자원이자 정부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수단이며, 바로 그것이 핵심입니다.

역사적으로 OECD의 첫 번째 목표는 정부 차원에서 국제 조세조약 체계를 마련하여, 금융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국제 비즈니스에 보다 공통된 기반을 제공하고 비즈니스 성장의 장애물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1] 최소한 이중과세는 피해야 합니다. 세계 경제를 위한 공통 규칙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러한 규칙의 상위 차원의 가치는 공통의 어휘와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광범위한 글로벌 원칙이 법률로 전환될 때 각국 법률의 문구에 좌우되기 때문에 정확한 공통성을 달성하기란 극히 어렵습니다. OECD는 경제와 법률의 변화에 맞추어 그 체계를 정기적으로 개정해 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정책 기조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G20 정부를 위한 적극적인 사무국으로서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가 강화된 데 힘입어, OECD는 한 관할권에서 다른 관할권으로 이익을 이전하는 방식의 조세 회피를 제한하기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상설 작업반은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Project, 즉 사회적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국의 재정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가장 최근 성과는 2023년 7월에 나왔습니다. 당시 OECD/G20 체계에 참여하는 140개국 정부가 비즈니스의 디지털화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에 특히 초점을 맞춘 성과 체계(Outcome Framework)에 서명하였습니다.

OECD 내 진척에 대한 불만은 국제연합 체제가 글로벌 조세 정책을 넘겨받는 방안에 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조세 문제는 실로 뜨거운 화두입니다.

조세에 관한 최근의 사상적 리더십

지난 수십 년간의 금융위기는 낮은 세율 체계와, 공적 재원을 활용하여 큰 타격을 입은 주요 금융 주체를 중앙은행이 구제하는 방식을 결합한 기존의 지배적 합의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결코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곳에서 공공부채와 민간부채가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균형에 관한 패러다임은 반세기 만의 변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 Kenneth Rogoff는 2023년 8월 「재정정책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Fiscal Policy Should Return to Fundamentals)」라는 제목의 짧은 에세이를 발표하였습니다.[2] 짧게 인용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통상적인 경기 순환에 대응하는 데 통화정책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합의된 견해였습니다. 재정정책은 전쟁이나 팬데믹과 같은 자연재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체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통화정책이 즉각 대응할 수 있지만, 재정정책이 신속히 뒤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정부들은 이 두 가지 기본 수단을 더 잘 활용하여 거시경제의 안정과 성장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EU 내부의 시각으로는, 밀라노 보코니 대학교(Boconi University)의 경제사 교수 Guido Alfani가 2023년 11월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오피니언을 기고하였습니다.[3]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초부유층이 이토록 이기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결과는 좋지 않다.)” 실로 가난한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서는 그만큼의 세수를 거둘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필자의 글을 인용합니다.

“대침체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부의 대부분을 지켜 낸 오늘날의 부유층은 모든 종류의 [사회적] 완화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그들의 자원을 활용하려는 개혁에 반대해 왔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현상입니다. 주요 위기의 비용 부담을 돕는 것은 오랫동안 서구 문화가 부유층에게 부여해 온 주된 사회적 기능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대목을 더 인용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 국가들의 재정 개혁에 관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이나 (부유세가 있는 경우) 부유세율 인상은 드물었고 그 폭도 크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억만장자 최저소득세’와 같이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안이 충분한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부유층이 수 세기 동안 담당해 온 사회적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게 되면서, 사회 내 그들의 위치가 다소 불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두 저명한 경제학자는 다른 많은 이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World Alliance 회원과 이 논쟁

금융센터의 본질적 목적은 투자 자본의 공급과, 그 자본이 효율적이고 수익성 있는 목적에 투입되도록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비즈니스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위기 회복과 장기적 경제 성장을 모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주로 의존해 온 반세기의 패러다임이 통화정책 수단과 재정정책 수단 간의 새로운 균형으로 옮겨 가고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재조정이 각자의 관할권에서 타당하다면, 이 협회의 리더들은 자국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금융센터에서는 변화가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균형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언제나 타당합니다.

여기에 게재된 글은 각 저자의 견해이며 반드시 World Alliance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